원주에는 폐사지가 세 곳이 있습니다. 흥법사지, 법천사지, 거돈사지. 그 중에서 가장 큰 규모를 가진 법천사지를 이번 연휴를 통해 가게 되었어요. 아는 사진가가 폐사지에 여행하는 매력이 있다고 다음에 기회되면 가 보라고 했는데. 이번에 가게 되었어요.
간 밤에 많은 눈은 내렸지만 그렇게 추운 날씨는 아니었습니다.
눈이 내린 후 오후 날씨는 화창하고 하늘은 맑고 상쾌했어요.
법천사지는 강원도 원주의 부론면 명봉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부론면은 강원도, 충청도, 경기도 등 세개의 도가 접하고 있는 지역으로 남한강과 섬강이 합류하는 지점입니다.
원주는 예로부터 한반도의 중심이고, 교통의 요충지로 물자의 이동이 활발했다고 해요.
법천사는 신라 성덕왕 24년에 창건하여, 고려 문종 때 지광국사가 머물면서 큰 사찰의 규모를 갖추게 되었다고 합니다.
직접 가서 확인해 보니 그 규모가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한 시대를 풍미했다가 이렇게 작은 흔적만 남기도 사라지다니...
현재는 겨울에 탁 트인 조망에 찬바람은 매섭지만 가슴은 뻥 뚫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같은 장소 속에 과거로 돌아가 전성기였던 시대를 상상해보다가 현재로 돌아와 생각하니 시간은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집니다.
사찰은 임진왜란에 불에 타 전소되어 지금까지 폐사지 형태로 남아 있는데 지금은 또 다른 역사의 흔적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줍니다.
이렇게 역사는 사라졌지만 1,000년이 넘은 고목과 군데군데 주춧돌 만이 그 흔적을 유지하고 있어요.
언제까지 버틸지 몰라도 지금까지 계절에 따라 잎을 피우며 변화하고 있으니 경의로울 따름입니다.
법천사지 옆에 법천사지유적전시관이 있습니다.
건축한 지 얼마되지 않은 새 건물처럼 보이는데 내부에는 일본에서 회수한 지광국사탑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해설사의 안내로는 우리의 문화재가 일본에 넘어 갔다가 돌아 온 지자체에서 최초의 유물이라고 합니다.
지광국사탑이 원래는 이런 형태이지만 625전쟁 당시 폭격에 맞아 많이 훼손되었다고 하네요. 거의 복구가 된 상태이긴 하지만, 아직 완벽한 형태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1층 전시관에는 탑이 층마다 부분적으로 분리되어 전시되어 있어요. (해설사님 설명에 심취해서 미처 사진을 찍지 못했어요...) 앞으로 문화적인 가치를 더욱 인정 받아 많은 학자들이나 사람들이 방문할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아직 탑의 일부가 일본에서 다 넘어 온 상황이 아니라고 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재 형태를 갖추길 바랍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다보탑, 석가탑과는 다른 신라시대의 또 다른 형태의 탑을 보게 됩니다. 신라시대와 고려시대에 불교의 전성기가 얼마나 컷는지 확인하게 되네요.
폐사지는 빈 여백에 스토리와 상상으로 그 시대로 거슬러 거슬러 가보게되는 듯합니다.
원주 폐사지를 여행 목록에 넣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