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속초] Art Scene In Sokcho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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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ngwon-do · 속초

Art Scene In Sokcho
속 초 의  예 술 과  예 술 가 를  찾 아 서

속초에도 보석 같은 문화공간과 재능있는 예술가들이 존재한다. 그들의 열정과 꾸준한 활동의 결과물은 흥미로운 이벤트와 일상의 예술로 이어진다. 예술 문화 공간들, 그리고 예술가들을 만나봤다.

 

Writer 조숙현 Photographer 조은영, 이규열

미술평론가로 활동을 시작한 지 올해로 만 13년이 되었다.

 

활동하면서 나름대로 깊이 천착했던 질문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왜 한국의 문화예술은 유독 서울에만 집중되어 있는가?’라는 것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중앙정부체제와 행정주의로 이루어진 한국에서 문화예술에 관한 인프라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고, 이에 따라 예술가나 콘텐츠도 모두 서울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간단한 이유는 복잡한 해법을 요구하게 되었는데,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뚜렷한 정책이나 해결점은 등장하지 못했다. 특히 미술의 경우, 정부나 지자체 문화재단의 파워도 서울이 범접할 수 없을뿐더러, 지역문화재단도 이제 막 전국에 입성하고 출범하는 수준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역 미술관이나 문화공간의 실태 역시 부박하다. 지역 미술관은 ‘문화 회관’ 수준의 모양새를 벗어나기 힘들고, 일부 ‘뜻 있는’ 예술가나 기획자가 꾸려나가는 문화공간은 으레 몇 년 못가 운영을 중단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기 일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보석 같은 문화공간이나 예술가들은 언제나 존재한다. 예술과 예술가의 자연발생적인 결과는 늘 있어왔고, 그런 자생적인 지역 문화와 공간, 그리고 예술가들이 지역의 목마른 문화예술을 채운다.

젊은 예술가들이 모이는 청초 호수 주변

 

속초는 한국의 전통 있는 관광지 중 하나이다. 동해 바다와 설악산이 함께 있는 지형적인 이점 때문에 매년 많은 관광객이 이곳의 절경을 즐기다 간다.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속초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이 정착하는 케이스도 있고, 이 중에서 예술가도 존재한다. 청초호 근방은 속초를 기반으로 하는 아티스트들의 발길이 자주 머무는 곳이다. 석봉조무호 작가의 석봉도자기미술관과 복합문화공간인 칠성조선소가 든든한 시작점이 된다.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일반 여행객들에게도 이 두곳을 방문하는 것은 속초여행의 시작으로 괜찮은 선택이다. 1960년 도예계에 입문한 석봉은 1970년대에는 주로 일본에서 활동하며, 도자기 명소 아리따 시내에 ‘석봉요’ 라는 전시관을 개관하기도 하였다. 1990년대는 경기도 여주에서 활동을 하다가, 2001년 속초에 도자기미술관을 이전해 왔다. 현재 속초를 대표하는 전문 분야 미술관 중 하나다.


석봉도자기미술관이 클래식 아트 플레이스라면, 칠성조선소는 그야말로 뉴 아트 플레이스이다. 칠성조선소는 실제 조선소로 운영되던 곳으로, 2017년까지 어선과 레저 선박이 만들어졌었다. 그러다가 조선업이 사양길에 들어서고 조선소가 문을 닫게 되면서, 조선소의 아들이자 현재 칠성조선소의 대표인 최윤성이 나서 현재의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을 시켰다. 최윤성 대표는 홍익대학교 조소과 출신으로, 예전 홍대의 거리문화와 미국에서 보아온 아티스트 런 플레이스(artist run place : 예술가가 직접 예술 공간을 운영하는 사례로, 북미와 유럽에 흔하다. 전시나 공연등 주로 젊은 예술가의 작품을 발표하는 공간이면서 예술가의 개성이 녹아 들어간 특색 있는 공간이 많다.)를 실현했다. 아마 그가 지금까지 보고 겪은 좋은 공간 사례가 없었다면 지금의 칠성조선소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칠성조선소는 살롱, 뮤지엄, 플레이스케이프, 오픈 팩토리 등 네 개의 독립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카페나 공연장, 전시장, 뮤지엄 숍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속초 아트씬의 부흥을 꿈꾸다. 칠성조선소

 

청초호가 시원하게 내다보이는 이 공간은 예전 조선소의 모습을 최대한 보존했다. 젊은 예술가들의 감각을 곳곳에 엿볼 수 있어 이미 전국적으로도 속초를 대표하는 명소가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카페로, 누군가에게는 전시장으로, 누군가에게는 일상을 보듬어 주는 안식처로. 칠성조선소에 들어가면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조각가 권오상 작가의 작품이다. 최윤성 대표의 학교 선배이기도 한 권오상 작가는 ‘콜라주 조각’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면서 세계적인 작가로 도약하고 있는 아티스트다. 칠성조선소에서는 권오상 작가가 기증하거나 무상 대여한 작품들이 공간의 세련미를 한층 살려주고 있다. 칠성조선소는 최윤성 대표가 자신의 고향인 속초와 태어나고 자란 조선소에서의 독특하고 즐거운 추억을 되살리고자 설립되었다. 어린 시절, 이곳에서 동네 어르신과 아이들과 뛰어 놀며 감성을 키우던 경험을 또렷이 기억하는 최윤성 대표는, 해외에서는 흔한, 예술가의 복합문화공간을 이곳에 세우고자 한 꿈을 실현하였다. 여기에는 대표의 자녀 등 어린 아이들이 유년 시절부터 예술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경험하는 추억을 만들어주고자 하는 개인적인 소망도 다분 포함되어 있다. 2018년 시작한 칠성조선소는 작년 2022년부터 ‘속초 아트페어’를 개최하고 있다. 이 아트페어는 미술품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매매하는 젊은 아트페어의 속성과 함께, 속초의 젊은 예술가들을 한데 모으고 속초의 아트 씬(scene)을 부흥하고자 하는 원대한 희망이 녹아 있다. “속초의 아트씬의 특징이 무엇인가요?” 라는 질문에 최윤성 대표는, “아직은 아트씬이라고 할 만한 커뮤니티는 안타깝게도 존재하지 않지만, 칠성조선소를 중심으로 젊은 예술가들이 교류하고, 일반인들도 즐길 수 있을
만한 다양한 문화 행사를 진행하는 것을 일단의 목표로 두고 있다” 고 말한다. 칠성조선소는 속초 아트페어 뿐만 아니라 비정기적인 공연과 전시도 진행하고 있다.

 

↳ 관련한 정보는 칠성조선소의 인스타그램(@chilsungboatyard)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바다의 매력에 빠진 예술가, 정보아

 

속초하면 떠오르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푸른 동해바다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동해바다는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는데, 이 바다의 매력에 빠져 속초에 정착한 예술가도 있다. 정보아 작가는 홍익대학교에서 섬유예술과 패션디자인 학과를 졸업하고, 스웨덴으로 유학을 떠나면서 본격적으로 타피스트리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국내에는 다소 마이너 장르인 타피스트리 작업에 입문하면서, 작가는 ‘명상하는’ 듯한 타피스트리의 매력에 빠져 들었다고 한다. 즉흥성을 중요시하는 다른 예술과는 달리, 타피스트리는 처음 기획 단계에서 완성된 모습을 염두에 둔다. 이후에는 긴긴 시간을 실을 짜며 완성하는 ‘명상’의 작업 과정이 펼쳐진다. 정보아 작가는 세계적인 타피스트리 작가 아니카 엑딸이 있는 스웨덴의 학교 HDK로 유학을 떠났다. 처음에는 스웨덴에 정착하고자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몇 년 후 가족과 한국에 대한 짙은 향수병을 앓았다고. 그러다가 한국에 돌아와 다시 작가 생활을 시작하다 속초가 고향인 남자를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되면서, 속초에 정착하며 현재까지 작업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녀가 이야기하는 속초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바다다. 속초의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깊은 영감을 얻고 정화되는 기분을 느낀다는 그녀는, 바다를 주제로 한 시리즈 타피스트리 작품을 창작하기도 하였다. 반면 지역에서 작업하면서 가장 아쉬움을 느낄 때는 역시 전시 공간이나 예술가 커뮤니티가 서울에 비해 턱없이 적거나 부족하다는 점이다. 다만, 점조직을 이루고 있는 예술가의 커뮤니티를 최대한 활용하고자하는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작년과 올해 칠성조선소에서 열린 속초 아트페어는 그녀에게 ‘속초에서 작업하는’ 행위에 대한 어떤 가능성을 가져다 주었다. 그녀는 오늘도 속초의 바다를 바라보며 차분히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Writer 조숙현
현대미술 큐레이터와 비평가로 활동하면서 출판사 아트북프레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작품명 바다 @jungboa

토크 1
  • 일번 No.1 여행
    9달전
    Reply

    속초가 점점 예술과 문화의 공간이 되어가고 있네요~^^

    It helped peop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