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속초] 살아보고 싶은 마음, 도문마을
Travel Overview
Gangwon-do · 속초

Decision to Make, Moving into DOMUN Village
살 아 보 고  싶 은   마 음 ,  도 문 마 을

첫 만남부터 영문도 모른 채 착 들어맞는 곳이 있다. 대포항의 북적거림을 뒤로 하고 고요한 설악으로 들어가는 길, 이름 모를 마을이 무작정 발길을 이끈다. 그렇게 만난 도문마을에서 선 작은 결심. “여행이 더 길어지면 마음의 문이 열리겠지. 그날엔 도문마을에 한번 살아보는 거야.”

도문마을은 설악해맞이공원 건너편 설악산국립공원 진입로부터 목우재터널 앞 도문교에 이르는 지역이다. 상도문리·중도문리·하도문리가 합쳐져 도문동이 됐다. 도문(道門)이란 이름에는 여러 설이 전하는데, 가장 유력한 설은 다음과 같다. 신라의 고승 원효대사와 의상대사가 신선의 안내를 받고 설악산으로 가다가 이곳 숲속에서 맑고 우아한 소리를 들었는데, 마치 불법을 아뢰는 듯한 소리에 큰 깨달음을 얻어 ‘도통의 문이 열렸다’는 뜻의 도문이라 지었다고 한다. 또 다른 설은 수도승들이 설악산에 도를 닦으러 가는 첫 관문이라고 하여 도문이라고 했다는 것. 신선과 수도자에 대한 전설들이 이 마을의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게 해준다.

하도문에서의 새로운 삶

 

울창한 소나무숲과 어우러지는 풍경이 아름다운, 바다에서 가장 가깝고 설악산과는 가장 먼 도문마을의 입구. 설악산 대청봉에서 흘러온 쌍천을 따라 이어지는 제방산책로에 가을이면 한들한들 코스모스가 피어 꽃길이 열리고, 그 길 너머 우뚝 솟은 설악산과 함께 정겨운 풍경이 펼쳐지는 곳. 신선한 쌈채가 유명해 입맛을 다시게 하는 마을.” 하도문스테이에 방문하기 전까지 하도문은 그런 곳이었다. 그리고 하도문스테이를 다녀온 후 마을 구석구석, 집 하나하나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정말 살 곳을 알아보고 싶은 것처럼.

 

꽤 깊숙한 곳까지 들어갔다. 설악산의 능선들이 파란 하늘에 그려 놓은 그림과 그 아래 옥수수들이 탐스럽게 익어가는 풍경 앞에 ‘하도문스테이’와 카페 ‘하도문속초’가 자리 잡았다. 코로나가 바꿔놓은 삶의 시계를 서울에서 하도문으로 옮겨온 권준우 대표에게는 이곳이 오래 전부터 꿈꾸던 미래를 조금 앞으로 당겨온 것일 뿐, 어쩌면 예정됐던 공간이었다. 그래서인지 권대표는 더 많은 바람과 정성을 이곳에 담았다. 해보지 않았던 일을 직접 하기로 했다. ‘인공적 건축이 아닌 자연스러운 건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집중했다. ‘하도문’이라는 오래된 주위환경을 헤치지 않고 앞으로 대를 이어 갈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특색과 깊이가 있고 자연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지켜볼 수 있는 공간. 속초 바다가 아닌 곳에서 속초가 주는 새로운 힐링을 경험하고, 한 템포 쉬어가고 싶은 사람들이 해방감을 느낄 수 있는 곳. 자신도 그런 합이 맞는 여행자들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가꿔가기로 했다. 권 대표의 이야기 속에서 은은한 파도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2층 스테이의 중정이나 테라스, 아니면 마당 정원의 30년 넘은 백목련 나무 아래 가만히 앉아있으면 멀리서 그 소리가 들려오지 않을까? 그럼 그들이 오지 않을까? 어디든 달려갈 수있는 요즘.

생각의 길목에서 중도문마을

 

하도문을 지났는지, 중도문에 들어왔는지, 아니면 벌써 상도문인지. 네비게이션을 켜고 운전을 하는 길이 늘 그렇듯 하도문에서 큰 도로를 따라 가며 이따금 보이는 작은 마을의 정체를 확실히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 무작정 접어든 좁은 마을길은 중도문리였다. 독립운동가를 5명이나 배출한 속초를 대표하는 독립운동의 중심지이자 대포만세운동 기념마을. 강원특별자치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중도문의 ‘속초 김종우 가옥’은 만세운동이 일어나기 이틀 전 주민들이 모여 태극기를 제작했던 현장으로 이를 주도했던 이종국의 생가였다. 이렇게 만든 태극기를 들고 1919년 4월 5일 드디어 일제 경찰의 주재소가 있던 대포에 모여 다 함께 외쳤던 만세 소리의 기억은 중도문마을에 잠시 들러가기에 괜찮은 핑계였다. 길이 보이는 대로, 시릴 만큼 평안한 풍경이 이끄는 대로 가다가 네비게이션 마저 잠시 길을 잃은 마을. 하지만 앞뒤 가릴 것 없이 누구에게나 길을 물어보면 되는 평화롭고 줏대 있는 길목 마을 중도문.

마음 붙일 결심

상도문돌담마을

 

학무정 앞 도문농요전수관에 차를 세우고 주변을 한 바퀴 둘러봤다. 설악산이 병풍을 두르고 앞으로 쌍천이 흐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지형에 송림쉼터의 연륜 깊은 금강송들이 물과 바람으로부터 마을을 지키고 있다. 그 기운으로 500년 세월을 지켜온 상도문은 과거 할 수 있는 일이 꽤 많았던 마을이었다. 사람들은 농사를 지으며 농요를 불렀다. 김매는 소리를 ‘메나리’라고 하는데, 타 지방과는 달리 범패소리와 비슷한 불교적 색채가 짙은 소리다. 강원무형문화재 제20호로 지정된 속초도문농요의 대표적인 소리. 농번기가 끝나는 10월 이후부터 다음해 농사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닥나무를 베어 한지를 만들었다. 마을 사람들의 사랑방이기도 했던 지소터는 속초 일대에서 유일하게 상도문에만 있었다. 기와를 굽던 잿가마터도 있었다. 어렵지 않게 품질 좋은 기와를 얹은 한옥집을 지을 수 있었다.
설악산이 관광지로 개발되던 1970년대 전국 제1호 마을민박단지로 선정되고, 1980년대 외국인홍보마을로 지정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 지금껏 미로처럼 이어진 골목길을 한 마을로 연결해주는 역할은 옛 정취 물씬한 키 작은 돌담들이 맡고 있다. 자연이 만들어 놓은 흔적 위에 예술가들의 재치가 더해졌다. 돌로 만든 아기자기한 설치미술 작품들이 돌담마을을 더욱 돌담마을스럽게 만들어주는 풍경. 스톤아트를 구경하다가 ‘도문커피’에 앉아 감주를 한 잔 마셨다. 젊은 사장이 옛날 어머니가 만들던 방법 그대로 만든이 집의 시그니처 음료다. 속초 시내에서 살다가 상도문으로 이사를 오면서 갖게 됐다는 삶의 방식이 담백한 감주 한잔에 묵직하게 담긴 듯하다. 과하지 않게 편안하게. 학무정으로 돌아가는 길, 문화공간 돌담에서 혹 하는 프로그램을 발견했다. ‘속초오실’, 도문인형극을 관람하고 주민들과 마을이야기를 나누며 돌담떡도 만들어 먹는 상도문돌담마을에서 2박 3일 살아보기. 진짜 살아볼까?

More Information

하도문속초
하도문스테이 1층의 카페. 30여 년이 넘은 백목련 나무와 자연스런 조경의 정원 그리고 정원을 둘러싼 ‘ㅁ’자 중정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 부티크 호텔 라운지 감성으로 꾸며진 실내에서는 계절마다 바뀌는 작품들과 함께 달콤하고 부드러운 음료들이 준비된다.


속초시 하도문길 50
0507-1335-3411
11:00~18:00(화휴무)

너티 아메리카노 6,500 쥬시 아메리카노 6,500 바닐라라떼 7,500
@hadomun_sokcho

대추한알가득
하도문마을에 자리한 쌈채정식 전문점, 하도문 쌈채마을과 인근 지역에서 온 싱싱한 쌈채와 깔끔한 밑반찬은 셀프코너에서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도록 준비했다. 직접 만든 비빔고추장, 쌈장, 찌게된장, 오징어/낙지/씨앗(낙지, 오징어, 청어알을 섞어서 만든)젓갈 등도 판매한다.


속초시 도문동 832-21
033-638-1201
대패쌈채정식 13,000(2인 이상), 소불고기쌈채정식 15,000(2인 이상)

하도문스테이
기본 2인에서 4인까지 머물 수 있는 독채 감성 숙소로 방 2개에 화장실까지 2개가 갖추어져 있는 것이 특장점이다, 자쿠지 욕조와 실내외 정원, 아름다운 가구와 조명들, 절대 고요의 시공간을 독점하고 싶은 이들에게 꼭 맞는 숙소.


속초시 하도문길 50. 2층
0504-0904-2736
체크인 16시, 체크아웃 11시

380,000~(2인 기준, 최대4인)
@hadomun_sokcho

요리바카
하도문마을에서 가까운 이자카야. ‘사치스러운 덮밥’이란 의미의 제이타쿠동을 비롯해서 코보레즈시, 딱새우크림고로케 등과 같은 이색적인 요리를 즐길 수 있다. 혼술러들을 위한 혼술 메뉴도 준비되어 있다.


속초시 동해대로 3749 1층
033-635-5606
17:00~24:00 (둘째 일, 둘째 넷째 월 휴무)

제이타쿠동 15,000 코보레즈시 32,000 딱새우크림고로케 5,000

@yoribaka_sokcho

도문커피
상도문마을 고즈넉한 골목에 2021년 2월 문을 연 카페, 옛집을 리모델링해 가족이 함께 운영하고 있다. 시그니처 음료인 감주는 사장님의 어머니가 옛날 만들던 방법 그대로. 쌀로 만드는 휘낭시에와 르뱅쿠키 등의 디저트도 준비된다.


속초시 상도문1길 31
0507-1430-7321
화목금 11시~18시, 토일월 10시~19시 (휴무일 유동적)

아메리카노 6,000 감주 6,500
@domun_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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