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는 오래된 관광지인만큼 뻔하게 느껴지는 여행지이기도 하다.
설악산의 추억, 대포항의 기억을 잠시 접어두고
새 기분으로, 새로운 눈을 장착하고
타박타박, 기분 좋게
속초를 찬찬히 음미하며 톺아보자.
Editor 조은영
Mountain Seorak
쉬 운 설 악 산
속초는 설악산이지(Easy)
‘속초는 몰라도 설악산은 전 국민이 다 안다’는 이야기에 왠지 고개가 끄덕여질 만큼 이름난 설악산이지만 막상 ‘설악산여행’을 떠올리면 막막해진다. 떠오르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두 가지, 등산을 하거나 케이블카를 타거나. 등산이 아닌 등반이 될 것 같아 불안하고, 케이블카를 타고 갈 수 있는 곳은 한정적이어서 답답한 이들에게 전한다.
‘속초하면 설악산이지(Easy)!’를 실천할 수 있는 쉬운 설악산 여행법.
강레아 작가의 설악산
어느 좋은 날, 커피 한잔하며 강레아 작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약 30년간 설악산을 수없이 드나든 산악인, 클라이머 그리고 국내 유일의 여성 클라이밍 전문 사진작가다. 사계절 토왕성폭포를 비롯, 설악의 절경들을 담아왔고, 클라이밍 대회 전문 포토그래퍼로 무수한 클라이머들을 촬영해왔다. 무게가 상당한 촬영장비와 클라이밍 장비들을 잔뜩 짊어 메고 절벽에 그들과 함께 매달렸다. 심지어 24시간도. 클라이밍이 끝날 때까지 셔터를 누르며 줄 하나에 의지한 채 허공에 매달려 있을 수 있었던 것은, 평소에 에너지를 모으고 모아 딱 필요한 순간에 몰아 쓰기 때문이라고 웃으며 말한다.
전율이 흐를 만큼 극적인 인생 스토리, 극한의 몰입 속에서 깨달은 산에 대한 경외감과 삶에 대한 겸손함. 그런 강렬한 장면들이 강레아 작가의 설악산이었고, 사진들이 그 산을 잘 설명하고 있다.
강레아 작가의 설악산을 찍은 작품들은 카페ODOC의 곳곳에 전시되어 있다.
속초시 장재터로 76
0507-1383-0760 | 10:30~18:00 (수 휴무)
코코넛커피 6,500원 검은콩라떼 6,500원
인스타그램 @cafe_odoc
등산 NO, 산책 OK! 설악누리길
등산을 하지 않아도 설악이 뿜어내는 청정 공기를 맘껏 음미할 수 있다. 설악산 아래 온천, 개울, 소나무숲, 숲길이 계속 이어져 자생식물원까지 연결되는 설악누리길만 걸어도 설악의 향기에 흠뻑 취할 수 있다. 그 길 뒤엔 유니크한 공간 해피아울하우스가 있고 조금 더 걸어가면 책과 정원 그리고 음악이 있는 넉넉한 휴식처, 설악산책이 기다린다. 하루를 온전히 쏟아 부어도 아쉬울 설악의 조연들.
척산족욕공원
속초사잇길 제9길인 설악누리길의 시작은 척산족욕공원이다. 마을 어른들이 나와 담소를 나누는 사랑방이기도 한 족욕체험장에서 잠시 척산온천에 대한 자랑도 듣고 온천과 함께해온 오래된 마을의 역사도 살펴볼 수 있다.
설악누리길의 종착지인 자생식물원까지는 약 4km. 그리 부담스러운 거리는 아니지만 가볍게 몸을 풀면서 발에게 하루의 영양소를 선물하는 호사를 무슨 수로 지나칠까.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노천에 앉아 푸른 빛깔 온천수에 발을 담그고 지압길도 걸으면 건강함 충전 완료. 그렇게 산책을 준비하고 졸졸졸 흐르는 개울을 따라 사뿐사뿐 걷기 시작하면 호젓한 시골마을을 지나 숲길로 이어진다. 나무 그늘 아래 깔끔하게 정비된 길을 걸으며 쉬엄쉬엄 삼림욕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자생식물공원. 4km가 이렇게 짧을 줄이야.
주소 : 속초시 관광로 277 | 전화 : 033-633-7100 | 운영시간 : 09:00~18:00 | 입장료 무료, 수건+방석 대여료 1,000
설악산자생식물원
‘설악산에는 어떤 식물들이 자생할까?’ 설악산자생식물원에는 이 지역에서 자생하는 희귀식물들과 고산지대에서 생육하는 식물들이 함께 모여서 살아가고 있다. 온실원 한 동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설악의 품 안에서 속초의 자연이 주는 천연에너지를 고스란히 섭취하며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순수한 생명들이다. 그 꽃길을 걷는 발걸음은 척산족욕공원에서 식물원까지 걸어온 속도보다 더 느려져서 군데군데 멈춰서길 반복한다. 향기를 맡고 사진을 찍고 그렇게. 사계절 그 모습 그대로 손님들을 맞이할 것 같은 화사한 풍경도 반갑지만, 차분하게 그 공간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비밀의 화원을 닮은 분위기에 깊은 숲속까지 즐겁게 걷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다. 자생식물원이 자리잡은 지역의 이름은 바람꽃마을이다. 슬픈 역사가 잠시 스쳐가기도 했던 때의 이름은 자활촌. 본래 바람이 많았던 이 마을에 더 이상 거센 강풍은 찾아오지 않을 것 같다. 그저 조금 더 머물고 싶어지는 산들바람만 불어올뿐.
주소 : 속초시 바람꽃마을길 164 | 전화 : 033-639-2928 운영시간 : 09:00~18:00 | 입장료 무료
해피아울하우스
설악누리길을 완주하고 바람꽃마을을 둘러보다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독특한
외관의 건물이 발길을 이끈다. 부엉이를 형상화해서 지은 이 건물은 ‘해피아울하우
스’라는 이름의 부엉이 전시관이다. 관장인 패브릭아티스트 정희옥은 어느 날 TV 속 부엉이의 까맣고 동그란 카리스마 넘치는 눈에 이끌려 부엉이와의 사랑에 빠졌다. 그러던 2014년 산악박물관 앞에서 로드킬 당한 수리부엉이 한 마리를 발견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소중한 보물인 수리부엉이의 안타까운 모습에 마음 아팠던 그녀는 이곳에 해피아울하우스를 짓고 속초에 정착했다. 총 5개의 전시관 안에는 정 작가가 23년간 전 세계를 여행하며 수집한 부엉이 관련 물건들이 무려 5천 여 점이나 전시되어 있다. 지혜의 상징으로 재물과 복을 가져다준다는 부엉이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이렇게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에 두 눈은 어느새 부엉이처럼 커지고 만다. 행복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정 작가와 부엉이가 만나 탄생한 부엉부엉한 인생 스토리들이 그녀의 패브릭아트 작품들 속에 아름답게 담겨있다.
주소 : 속초시 바람꽃마을길 164 | 전화 : 033-638-8475 | 운영시간 : 10:00~18:00 | 요금 : 성인 7,000원 초중고학생 6,000원 소아(24개월 이상) 5,000원 | 인스타그램 : @happyowlhouse
설악산책
해피아울하우스에서 약 1.2km 떨어진 설악산책에 가면 설악산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넉넉한 문화휴식공간이 있다. 설악케이블을 운영하는 설악문화재단에서 지역주민들을 위해 2012년 조성한 야외정원 겸 북카페 설악산책이다. 1, 2층 북카페는 도서12,000권을 소장한 도서관 겸 서점으로 누구나 무료로 책을 가져다 볼 수 있고 구매도 가능하다. 보통의 도서관과는 다르게 도란도란 대화도 나눌 수 있어 더욱 편안한 곳. 국내소설, 만화, 웹툰, 베스트셀러, 인문서 그리고 정원 관련 서적들이 1층에 꽂혀 있고, 2층에서는 예술서적, 잡지책, 원서와 같은 전문적인 책들과 지역 작가들의 책들을 찾을 수 있다. 2층 카페 소리는 수준 높은 음악감상실이다. 오전에는 클래식, 오후에는 재즈를 명품 스피커 탄노이와 포컬 스피커로 각각 틀어준다. 종종 유명 뮤지션의 연주를 현장에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기도 한다. 건물 뒤 유럽식 정원은 설악산 아래에서 이국적인 화려함을 뽐내고, 1층 식당 화반에서는 여러 지역음식과 함께 팜 투 테이블을 경험할 수 있다.
주소 : 속초시 관광로 439 | 전화 : 033-638-4002 | 운영시간 : 09:00~20:00 (수 휴무) | 북카페, 정원 무료 | www.sorakcc.com
그래도 올라가야 한다면, 설악케이블카
설악산은 해발 1,708m. 대한민국에서 한라산과 지리산 다음으로 높은 고산으로 웅장한 산세가 금강산에 비견된다. 등산을 즐기지 않더라도 설악산 곳곳의 비경을 두 눈에 넣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다. 속초 설악산국립공원 구역 안에 들어서면 이정표 속 설악의 명소들이 끊임없이 유혹하지만 거리를 나타내는 숫자들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주저 말고 해발 700m 권금성 위로 안내해주는 설악케이블카 탑승장으로 가자. 산과 산 속에 숨겨져 있던 설악산의 자태가 빠르게 모습을 드러낸다. 멀리 동해바다, 울산바위, 토왕성폭포가 아니더라도 바로 앞 권금성터와 봉화대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스럽다. 1253년 몽골의 침입을 막기 위해 고려 장수 두 명이 하룻밤 만에 쌓았다는 권금성은 이제 사라지고 없지만, 1970년부터 지금까지 50여 년 설악케이블카가 선사해온 감동은 여전히 살아있다.
설악케이블카
주소 : 속초시 설악산로 1085 | 전화 : 033-636-4300 | 운영시간 : 09:00~18:00 (1일 전 공지) | 요금 : 대인(14세 이상) 15,000원 소인(37개월~초등학생) 11,000원 | www.sorakcablecar.co.kr
Writer 김관수 Photographer 이규열
켄싱턴호텔설악
설악산과 가장 가까운 호텔인 켄싱턴호텔설악은 매일 아침 최고의 뷰를 방 안으로 가져다준다. 웅장한 설악의 봉우리들이 눈앞에 병풍처럼 둘러쳐진 풍경을 선사한다. 호텔 전체가 ‘설악 속 영국’ 그리고 국내외 대중예술가들의 콘셉트로 꾸며져 있어 층마다 돌아보는 재미가 있다. 특히 비틀즈 팬이라면 9층 로비에 전시된 전시품들을 놓치지말자.
속초시 설악산로 998
033-635-4001
체크인 15:00 체크아웃 11:00
www.sorakcc.com
척산온천휴양촌
강원도 제1호 온천 척산온천휴양촌의 역사는 1973년 척산마을에서 시작됐다. 한 겨울에도 초록 식물이 자라던 마을의 지하 4,000m에서 솟아나는 53°C 천연알칼리성 온천수는 8,680년 전 태고시대에서부터 지하에 저장된 천연온천수로 지금도 그 명성 그대로다. 남녀 욕장, 온돌과 황토방 등으로 구성된 객실, 울창한 소나무 숲속에 조성된 산책로 등이 마련되어 있다. 2015년에 리모델링했다.
속초시 관광로 327
033-636-4000
오픈 05:30 폐장 20:00
90,000~250,000
www.choksan.co.kr
설악동야영장
설악의 공기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하룻밤은 여기서! 설악동야영장은 국립공원공단에서 운영하는 야영장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캠핑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자동차 야영지 207동, 카라반 전용 야영지 8동, 카라반 14동으로 영지가 구분되어 있고, 코인샤워장과 개수대 등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국립공원공단 예약시스템을 통해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늘 빈자리 찾기가 어려운 곳이니 예약은
빠를수록 좋다.
속초시 청봉로 25 | 033-801-0903 | 체크인 14:00 체크아웃 12:00 | 자동차 야영지 15,000~19,000 카라반전용야영지 26,000~33,000 카라반 60,000~80,000 | seorak.knps.or.kr
사진이 끝내줍니다. 와우
설악산은 언제 방문해도 좋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