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의 기억을 담은 옛 제약 공장 _ 김중업건축박물관
(주)유유산업은 한국전쟁(1950-1953)이 끝난 직후인 1953년부터 제약회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규모가 커져가던 (주)유유산업은 1950년대 말에 경기도 안양시 석수동에 연구시설을 포함한 새로운 공장을 세우기로 결정하고, 공장의 설계를 건축가 김중업에게 의뢰했다.
당시 프랑스에서 현대 건축의 거장인 르코르뷔지에(Le Corbusier)로부터 건축과 도시를 배우고 귀국한 직후였다. 당시 전쟁 이후 열악한 산업 환경 속에서 대규모 공장 건물을 구현할 수 있는 공법으로 철근 콘크리트 이외의 다른 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에 서구의 최신 철근 콘크리트 공법을 익히고 귀국한 김중업은 이 프로젝트의 적임자였다고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제약 실험실이 있었던 연구동 건물은 김중업의 초기 작품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연구동은 공장 부지 내의 다른 건물들과는 달리 뼈대처럼 보이는 구조를 건물 밖으로 노출시켜 전체적인 디자인 요소로 활용하면서, 이로 인해 구조적으로 자유로워진 외벽의 넓은 면적을 질서 있는 프레임으로 분할된 유리창으로 채운 것이다. 또한, 건물 내부의 벽체도 외벽과 비슷하게 구조적인 이점을 살려 상부에 유리창을 설치하였다. 한국전쟁(1950-1953) 이후 물자가 풍부하지 않은 시절에 전기를 절약하기 위해 낮에는 외부의 햇빛이 내부 공간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게 하고, 반대로 밤에는 복도의 불빛이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고려한 것이다.
김중업의 손길을 거쳐 1959년 완공된 (주)유유산업 공장은 2007년까지 50여 년 가까이 국내 의약품 공급에 큰 역할을 수행해 왔지만, 안양시의 확장으로 공장 주변까지 주거지가 밀려들면서 충청북도 제천으로 공장을 이전하게 되었다.
당시 안양에서 활동하던 건축가 최승원
그는 김중업이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시절 그의 제자이기도 했다. 최승원은 김중업의 작품으로서 (주)유유산업 공장 건물들의 가치를 알리기 시작했고,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에 관심이 있던 안양시는 중요한 산업유산으로서 (주)유유산업 공장 건물의 가치를 살려 김중업이 설계한 (주)유유산업 공장 중 5개 동을 문화공간으로 재생시키기로 결정했다.
2012년부터 시작된 (주)유유산업 공장 재생 프로젝트
공장 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옛 연구동은 김중업건축박물관으로 다시 태어났는데, 한국에서는 건축가 개인을 기념하는 유일한 박물관이다. 자신이 설계한 건물이 그 기능을 다하게 된 이후에도 자신을 기억하는 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되는 특별한 의미가 담긴 건축물이기도 하다.
이 밖에 공장동은 안양박물관으로, 보일러동은 교육관으로 재탄생 되었으며, 공장부지 전체는 안양예술공원으로 바뀌어 시민들의 문화 휴식처로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TIP: 안양예술공원에는 20세기 세계적 모더니즘 건축가 알바로 시자가 디자인한 안양관도 있다.
주소: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예술공원로 103번길 4
전화: 031-687-0910
교통정보: 지하철 1호선 관악역 2번 출구에서 15분
운영시간: 09:30~17:30(월요일 휴관)
주변관광지
오래된 건축물인데도 전기를 절약하기 위해 외부와 내부의 빛을 사용한 점이 참 인상적이네요!
안양에 이렇게 뜻깊은 곳이 있다니 몰랐어요 ~~ 본인이 설계한 건물이 계속해서 본인을 기억하고 추모한다니 건축가로서 너무 뜻깊고 행복할 것 같습니다. 상세하게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