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여행의 계절, 무더위 8월이 시작됐다. 너도나도 휴가 계획을 세운다. 덕분에 회사 점심시간에 어색한 공기를 풀어주는 주제가 생겼다. “휴가 가세요? 어디로 가세요?”
우리 회사의 막내 직원은 가족들과 1주일간 여행을 떠난다고 했다. 팀장님은 “비용은 각자 내는 거냐”는 장난스러운 질문과 함께 “그래도 부모님이랑 가면 ‘공짜여행’이니 같이 다닐 수 있을 때 열심히 따라다니라”고 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나는 우리 부모님이랑 최근에 언제 여행했었는지 떠올려본다. 손가락을 세어보니 오래됐다. 확실히 나이가 들면 부모님과 장거리 여행을 쉽게 떠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시간 여유도 충분치 않지만, 사실 더 큰 이유는 지긋해진 부모님을 잘 ‘모시고’ 돌아다녀야하는 여행이 마냥 편치만은 않아서일 테다.
반면, 자식들 다 키워내고 마음의 여유가 좀 생긴 부모는 자식들과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싶은 욕망이 있는 듯하다. 우리 엄마도 나와 여기저기 자꾸 다니고 싶어 하신다. 이전에 액티브하게 돌아다녔던 여행들이 참 좋으셨던 모양이다. 하지만 나도 나이가 들면서 20대와 같은 여행이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엄마의 욕망에 함께하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가이드를 할 자신이 없다.
그러다 보니 대충 이 나이쯤 되면 혼자 떠나는 여행, 친구 또는 애인과의 여행을 선호하게 된다. 문제는 이런 선택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세월은 앞으로도 지금처럼 흐를 것이고, 부모님도 나도 젊어지지 않는다는 건 자명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여행을 가장 즐겁게 다녀올 수 있는 때는 ‘지금’이 아닐까.
자주는 어렵더라도 부모님과 여행을 더 다니려는 노력을 해야겠다. 인간의 생은 유한하기에, 언젠가는 함께 가고 싶어도 그 대상이 당장 눈앞에 존재하지 않을 때가 올 테다. 그러니 할 수 있을 때, 갈 수 있을 때 실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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