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록, 인스타그램 보단 ‘전두엽그램’에 남겨보자

스무 살 쯤이었다. 성인으로서 마주할 삶에 두근거리던 시절, 한 책에서 이런 구절을 만났다. ‘당신이 20대라면 여행, 독서, 연애는 가능한 많이 해보세요. 꿈 많던 시절이었기에 나는 무릎을 쳤다. 그렇게 주말마다 ‘알바몬’으로 뛰고 모은 돈으로는 방학마다 배낭여행을 떠났다.


여행 때마다 배낭에는 스프링 노트와 필기감 좋은 펜을 챙겼다. 가난한 여행객이던 나는 매일 아침 일찍 숙소를 나와 가능한 늦게 돌아갔는데, 아무리 피곤한 날이라도 그날의 감상을 일기로 꼭 남겼다. 모든 것이 새로웠기에 써 내려갈 내용도 많았다. 온종일 움직인 다리보다 때로 팔목이 더 아팠다는 과장을 덧붙이며.


나이가 들면서 가끔 상상한다. 만약 내가 스프링 노트가 아니라 블로그나 인스타에 옮겼더라면? 어쩌면 지금 수많은 팔로워를 가지고 있진 않았을까. 욕망의 생각이 꼬리를 물다 ‘여행의 기록’을 생각해 보게 된다.


확실히 요즘은 사진이 대세인 것 같다. 이는 인스타그램의 등장과 맞물리는데, 사진으로 여행을 인증하려는 사람이 많다. 안타까운 점은 여행자와 인증샷이 주객전도될 때다. 급기야 최고의 ‘인생샷’을 남기려다 발을 헛디뎌 인생 자체가 증발하는 사건도 종종 발생한다. 사진 인증에 집착할수록 우리는 여행의 본질과 즐거움을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파워 인스타그래머가 되지 못한 것을 내심 아쉬워하다가도, 아직까지도 선명한 여행을 기억하노라면 “그래, 그래도 역시 텍스트지”라며 끄덕인다. 여행지에서 느낀 순간의 기억, 감동, 냄새, 분위기마저 아직 생생히 떠오르는 이유는 당시, 일기쓰기로 내 팔목을 내어준 덕분이라 확신한다. 다시 돌아가도 나는 결국 다시 연필을 찾을 것 같다.


이제 숙소로 돌아와 찍은 사진을 업로드하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연필이나 키보드를 찾아보자. 인스타그램이 아니라 머릿속 ‘전두엽그램에 꼭꼭 새겨보는 거다. 그렇게 새겨진 기억은 더 깊고 오래 갈 뿐만 아니라, 인생의 순간마다 찬란한 모양으로 번뜩이고 있을 것이다.

토크 2